참아름다운세상만들기/volunteer story

♡할머니와 스님♡

단장(김경남) 2017. 7. 13. 12:49

 

* Volunteer story *

 

 

-할머니와 스님-

 

며칠전 북평동 주민센터에서

주거환경 개선 요청이 들어와

휴일을 이용해 대상가정을 방문

하여 부분 도배 및 정신없게 널려있는

전기선을 정리하는 작업을 하였다.

 

작업을 할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대부분의 대상자분들이 무료라는 생각에 도움요청

이외에 더 많은것을 요구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에 만난 대상자분은

여느 대상자분과 달리 곰팡이가 핀 곳만

도배를 해달라고 하신다.

 

내 성격상 땜방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대상자분이 끝끝내 반대를 하셔서

어쩔수없이 부분 도배를 시작했다.

 

올여름 가장 더운 날씨에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면서 도배를 마치고

전기작업을 시작할 무렵..

 

할머님이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과 캔맥주 2개를 사다주시고

잠시 외출을 하셨다.

 

요즘 컨디션이 좋지않아

당분간 술을 자제하고 있는데..

 

무더위 속에 캔맥주는 정말

유혹적 이였다.

 

 

하지만 캔맥은 패스하고

시원한 아이스크림으로 갈증을 해소한뒤

 

곰팡이가 핀 도배지와 문갑 뒤에서

오랫동안 싸여있던 먼지를 제거하기위해

청소를 할려고 하는데 쓰레받이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쓰레받이로 사용할 것을 찾다보니

마침 문갑위에 투명 화일케이스가 있는

게 아닌가...

 

화일 안을 자세히 보니

A4지에 해맑게 웃고있는 스님 사진이 복사되어 있었다.

 

사진을 보면서 ..

할머님이 절에 다니시나보다.. 라고

생각하며 아무 생각없이 스님사진이 들어있는 화일을 쓰레받이로 삼아 청소를 하였다.

 

 

청소를 끝내고 전기작업을 하다보니

잠시 외출을 하셨던 할머님이 돌아 오셨다.

 

찜통같은 더위에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면서

일을 하다보니 그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던지

할머님이 슬슬 이야기를 꺼내신다.

 

 

"북평장에서 장사를한지 50년가까이

됐다며 아직도 남에게 줄 돈이 많아서

장사를계속하시고 있단다."

 

그러면서 막내 아들 얘기를 조심스럽게

꺼내신다.

 

막내아들이 너무 보고싶다며..

아들의 어릴적 모습을 회상하며

깊은 한숨을 내시길래..

 

막내 아드님이 뭐하세요? 라고 물었더니..

 

우리 막내는 스님이요..

저기 문갑위에 사진이 있잖소 ~

 

우리 스님이 간암으로 먼저 저세상 갔잖소 ~

 

 

할머님의 아들얘기를 듣다가 순간

 

ㅡ..ㅡ;;; 뜨헉 ~~

 

좀 전에 내가 쓰레받이로 썻던 화일속

스님이 할머님이 그렇게 마음아퍼하는

아들이였던 것이다.

 

순간.. 입에 접착제를 붙혀 놓은 것처럼

나는 한마디도 할 수없었다.

 

할머님께 미안했던 마음이 커서 였던지..

좀더 꼼꼼하게 전기작업을 해드리기위해

더욱 신경을 써드렸다.

 

이제 그만하라는 할머니의 말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계속 작업을 하다보니

다음 스케줄 때문에 더이상 지체할 수가

없어서 작업을 마무리 하고 철수 하였다.

 

집에와서도 며칠동안 할머님생각이

잊혀지지 않아서 그동안 바뻐서 손 놓고

있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에도

스님아들을 그리워 하고계실

할머님을 떠올랐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않을 아들을

가슴에 묻고 사시는 할머님..

 

지금도 아마 아들이 남기고 간 염주에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구슬을 하나 하나 넘겨가며 아들과 다시 만날 날을 기도 하시고

계실 것 같다.